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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기둥 아래를 걷고, 두 고분의 언덕 위에 올라 백제의 마지막을 되새기는 하루, 익산의 시간 속으로

익산은 백제의 숨결이 남은 도시다. 미륵사지 석탑과 쌍릉 고분을 따라 걷는 여정은 고대의 건축과 사유, 

그리고 왕조의 기억을 되짚는 시간 여행이다. 

오늘도 천천히 걸을수록 더욱 깊어지는 백제 문화의 본질을 익산에서 만날 수 있다.

 

전북 여행 - 익산

 

1. [미륵사지] 백제 왕실이 남긴 거대한 이상향의 흔적


미륵사지는 익산시 금마면에 위치한 백제 무왕 시대의 절터로, 사비백제 후반기 불교문화의 절정을 상징하는 대표 유적이다.
백제 무왕은 이상향을 꿈꾸며, 이곳에 거대한 불국토를 실현하고자 했고,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다.

이 석탑은 한국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크기 또한 최대를 자랑하며, 

해체 보수 및 복원 과정을 통해 석탑 내부의 구조와 석조 기술, 사리장엄구 등이 공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탑 주변에는 당시 절의 배치가 유추되는 ▲금당터, ▲중문터, ▲회랑터가 발굴·복원돼 있어, 

걸으며 백제 불교 건축의 원형을 체험할 수 있다.

석탑 앞에 서면, 이 탑이 단지 ‘돌덩이’가 아니라 왕이 꿈꾼 이상과 백성이 바랐던 안녕이 중첩된 정신적 기념물임을 느끼게 된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는 발굴 유물과 복원 과정을 기록한 영상, 디오라마 등이 마련돼 있어,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역사적 몰입을 돕는 교육형 여행지로 완성되어 있다.

 


2. [익산쌍릉] 고대 왕과 왕비의 언덕 위, 시간과 사유가 머무는 곳


익산쌍릉은 미륵사지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의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백제 왕실 무덤으로, 

두 개의 거대한 봉분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대릉은 백제 무왕, 소릉은 그의 왕비 ‘선화공주’의 능으로 전해진다.

두 능은 단순한 흙무덤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고대 백제의 석실묘 구조가 섬세하게 남아 있으며, 

고분 내부 촬영 영상과 모형 자료를 전시한 소형 안내관이 함께 조성돼 있다.

가장 특별한 점은 고분 위 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능 위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진 익산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며, 

사라진 왕국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풍경 속을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봄에는 유채와 청보리가, 가을에는 억새가 능 주위를 감싸며 시각적으로도 탁 트인 감성을 선사한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고요하게 걷기 좋고,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겐 작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장소다.

 


3. [익산 하루 코스 구성] 사적과 자연, 기억과 발걸음이 이어지는 길


익산의 하루 여행은 과거를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위를 걷고, 마주하고, 느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전에는 미륵사지에 도착해 ▲석탑 관람, ▲유물전시관 체험, ▲절터 산책을 2시간 정도 진행하고,
전시관 내 또는 인근 한식당에서 ▲돌솥비빔밥, ▲청국장, ▲연잎밥 등 건강한 지역식으로 식사를 한다.

이후 오후에는 익산쌍릉으로 이동해 ▲고분 산책, ▲능 위 오르기, ▲고대 왕릉 조망 등을 통해 하루를 마무리하면 좋다.
두 유적지 모두 도보 위주 코스로 조성돼 있으며, ▲주차장, ▲해설판, ▲야외 벤치, ▲잔디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중장년, 역사 애호가 모두에게 적합한 여행지다.

서울 기준 KTX 익산역 하차 후 차량 15~20분 소요. 대중교통도 가능하며, 

자차 이동 시 전주, 부안, 김제 등 인근 지역과 연계한 1박 2일 코스 구성도 용이하다.

 


4. [익산 여행의 의미] 사라진 나라 위를 걷는다는 것

 

백제는 1,400여 년 전 사라진 나라다.
하지만 그 나라는 석탑의 기단에, 고분의 곡선에, 그리고 들판 위 언덕에 지금도 숨 쉬고 있다.

익산은 단순히 ‘옛 유적’이 아니라, 한국 고대사의 마지막 순간이 응축된 도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돌 하나, 흙 한 줌, 그 위를 걷는 자신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문명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현대 도시에서의 여행이 ‘소비’라면, 익산에서의 여행은 ‘사유’다.
길 위에서, 풍경 속에서, 전시물 너머에서 — 역사란 그저 과거가 아닌 지금 내 감정과 연결될 수 있음을 익산은 조용히 보여준다.